[2018 KU 글로벌 탐사연구] Silicon Valley 프로그램
미국에 있던 도중 카메라가 고장 났다. Twin Peaks에 올라가서 그 무섭고 춥고 하는 와중에 사진이라도 많이 찍으려 했는데, 갑자기 렌즈가 틱틱거리더니 나오지를 않았다. 렌즈를 뺐다가 끼고 설정을 초기화해봐도 증상은 그대로. 친구 폰을 빌려서 오류 내용을 검색해봤더니 충격으로 인한 것이고, 온통 수리점에 가라는 얘기뿐이다. 아뿔싸! 가던 도중 목에 걸었는데 몸을 앞으로 숙이며 어느 마네킹 무릎에 맞은 것이 기억났다. 지금은 미국이고 여행 일정이 며칠이나 더 남았는데. 어차피 번들 렌즈인 이상 여기서 뭐라도 뜯어 봐야 할 것 같았다.
사실 드라이버를 구매해야 한다는 것을 계속 깜빡했다. Advil은 잘 샀으면서. 결국 스탠퍼드 기념품 매장에서 지하로 내려가 문구 쪽에서 드라이버를 찾았다. 이제 필통에 넣고 다니기로 했다. 생존 키트의 중량이 또 늘었다.
그날, 숙소로 돌아와서 맥주 한 잔을 걸치고 카메라를 무작정 뜯기 시작했다. 먼저 렌즈 뒤판을 열고 커넥터를 다 뺐다. 기어로 돌아가는 부분이 있는데 억지로 돌려봤더니 계속 안 돌아갔다. 무엇인가 이상했다. 그냥 열었다가 닫았더니 됐다는 사람#, 어긋난 것을 맞춰줬더니 됐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안 됐다.
기판 하나를 들어냈기는 했지만 그게 끝이고, 더 뭔가 분해할 것은 보이지 않고 렌즈 상황은 그대로였다. 하다 보니 더워서 땀이 기판에 떨어지는 등 전자기기에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매뉴얼이 필요했다. 구글에 무작정 'sony selp1650 teardown'을 검색하여 iFixit의 페이지#를 찾았다.
그 문서에는 아래와 같이 초점 링을 분리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렇게 눌러서 하는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정말 정말 정말 전체 과정 중 가장 위험한 부분이라고 본다.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이제 렌즈가 실제로 튀어나오는 부분을 보려고 하니 한 5mm만 나온 상황에서 더 진행이 안 됐다. 무엇인가 걸린 것 같았다. 아래 9단계에서 10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 안 된 것이다.
이걸 어떻게 부수지 하고 고민하고 있던 참에 이번에는 현재 상태에서 맨 위에 있는 플라스틱 내장재에 관한 글#을 봤다. 살짝 들린 높이는 저 플라스틱 내장재가 딱 들리는 높이였다.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이 고리 모양의 것을 들어내 보고자 했다. 아래 사진과 같은 것이다.
드라이버를 끼워 넣어서 돌리며 들어내려던 순간, 뭔가 틱 하고 떨어졌다. 그 플라스틱 어딘가가 부러진 모양이었다. 동시에 렌즈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 느낌이 좋았다. 위 과정을 전체 거꾸로 해서 다시 조립했다. 커넥터 다시 조립은 꽤 어려웠다. 손으로 하기에는 좀 별로다. 하여간 다시 다 조립을 하고 카메라를 켰더니 잘 된다. 부러졌다는 게 찜찜하기는 하지만 알게 뭔가. 다시 안되면 그때 새로 사지 뭐. 기념의 사진을 몇 방 찍고 주위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