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KU 글로벌 탐사연구] Silicon Valley 프로그램
항상 외국에 나가면 그 나라의 교통수단에 관심이 간다. 이번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쪽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다양한 교통수단을 경험했다. 각각의 특성과 에피소드를 (늦게나마) 정리해 본다.
가장 먼저 접한 교통수단이다. 유인 운전 트램 형태이고 저상홈보다 낮아 보이는 승차 높이가 있다. 티켓은 역에서 기계로 살 수 있으며 전 구간 단일 운임 $2.25이다.
처음에는 자유시간에 조끼리 놀러 가려고 탔는데 좀 잘못 탔다. Convention Center - Children's Discovery Museum 구간을 이용했다. 분기 부분이라 주변에 선로가 얽혀 있는 것이 즐거웠다(?). 내리려면 창문 주변에 있는 고무 바를 눌러야 한다. 버스의 하차 벨 같은 것이다. 누르면 띵 소리가 나며 가운데에 곧 정차한다는 LED 내용이 표시된다. 다만 타 보니 실제로 역을 그냥 지나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도 꽤 많이 탔다. 단체로 KOTRA에 방문할 때 Paseo de San Antonio (1st Street Platform; Northbound) - Orchard 구간을 자주 이용했다. 그런데 저 출발역, 아래 사진을 보면 선로가 하나다.
그렇다고 단선은 아니다. 마치 일부 버스처럼 일부 구간에서 상행과 하행이 운행하는 구간이 분리되어 있다. 사실 잘 모르고 있다가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서야 깨달았다. 그때 괜히 헷갈렸던 게 아니었다. 가운데에 있는 응암순환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지도상으로는 아래와 같다.
위키피디아의 시스템 다이어그램에는 아래와 같이 되어 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저 형태로 만드는 사람 정말 신기하다.
토요일에는 전체 자유시간이었다. 아침에 최대한 빠르게 샌프란시스코로 가기 위해 San Jose Diridon에서 7:00에 출발하는 Caltrain 첫차(#421)를 타기 위해 Convention Center - San Jose Diridon 구간을 이용했다. 많이 가던 대로 Paseo de San Antonio 역으로 가려고 했지만, 그때는 저렇게 나뉘어 있던 것을 몰랐다. 6:30 열차를 놓치면 그다음은 San Jose Diridon 역에 6:55 도착이라 기차가 조금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6:30 열차를 탔다. San Jose Diridon 역에 내려서는 정작 기차역으로 어떻게 들어가는지를 몰라서 조금 헤맸다. 선로를 직접 건너서 들어가야 한다.
심심해서 지도를 보다 보니 San Jose Diridon 역에서 아래로 내려갈 때 선로 모양이 좀 이상했다. 알아보니 Union Pacific과 병렬로 다니고, 일부 구간에서 단선이다. 역도 마찬가지로 한 플랫폼에서 양방향을 처리한다. 그런데 전체 노선 페이지에는 그런 언급이 없어서 좀 신기했다. 노선의 경우 색이 붙어 있지만, 그냥 운행 구간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901(파란색)의 경우 Convention Center - Ohlone/Chynoweth 사이를 무정차로 통과하는 급행도 있는데 거의 분당선 급행 급으로 배차가 없다. 나중에는 급행을 폐지하고 Mountain View - Alum Rock 구간을 별도의 노선으로 분리하려는 계획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으로 열차 위치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있다.# 보고 있으면 나름 재밌다.
열차에서 시간표를 챙겨놨는데, 동일한 PDF 파일이 역시 온라인상에 있기는 했다. 이런 리소스 공개 정말 좋다. 다만 VTA 홈페이지에서는 어떻게 찾는지 모르겠고 구글 사이트 검색에서 일련번호를 집어넣으니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VTA 홈페이지에 있는 표 형태보다 훨씬 보기 편하다. 트램의 특성상 신호의 영향을 받으므로 정확한 시간표는 아니며, 심지어 모든 역에 대해 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 주요 역에 대해서만 나와 있다. [PDF]#
Caltrain은 통근 열차 서비스다. 대충 소요 시간이랑 길이, 요금을 보면 서울에서 대전 무궁화호 정도의 포지션이다. 다만 배차 간격은 꽤 넓다. 특이한 점은 중간중간에 한정 정차(Limited-stop)와 급행(Baby Bullet)이 있는데 운임은 같다. 일반 열차는 1시간 반 정도 걸리고, Limited-stop은 1시간 10-20분 정도, Baby Bullet은 1시간 정도 걸린다. 운임은 오직 이동한 Zone의 개수로만 산정되며, 기본 운임 $3.75에 Zone 1개를 추가로 이용할 때마다 $2.25씩 더해진다. 애초에 특정한 열차를 정하고 표를 끊는 것이 아니고, 그냥 이동할 Zone의 개수로만 표를 사고 산 이후로 몇 시간 이내에 사용하는 형태라서 좌석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물론 그 큰 2층 열차로 운영하는 규모상 좌석이 없을 일은 없어 보인다.
시간표에 Timed transfers for local service라는 항목이 있다. 이는 Limited-stop 열차마다 '각역정차'하는 부분이 다른데, 이를 잘 환승하여 원하는 역에서 원하는 역으로 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보인다.
열차 형태는 언급했듯이 2층 열차를 5-6량 붙인 형태이다. 전철화가 안 되어 있기에 높은 열차를 써도 상관없는 것으로 보인다. ITX-청춘의 그 불편한 2층이 아니라 그냥 엄청나게 넓은 2층이다. 종착역인 San Francisco 역은 두단식 승강장이라서 과연 어떻게 운행되는지 정말 궁금했었는데, 보니까 기관차 안 돌리고 그냥 앞뒤로 왔다 갔다만 한다. 굉장히 충격이었다. 찾아보니 운전실이 기관차의 반대쪽 맨 뒤에도 달려서 거기서도 운행을 제어할 수 있다고 한다. 굉장히 모양은 이상했지만 어쨌든 그 맨 뒤의 1층에서 유리창을 통해 Northbound때 정면을 그대로 찍을 수 있어서 San Francisco 역의 진입 영상을 건질 수 있었다. 유튜브에 올리면 좋겠지만 영 귀찮아서 언제 올라갈지는 잘 모르겠다. 올리면 링크하겠다.
Santa Clara - San Francisco 구간을 한 번 이용했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잘 놀고 들어올 때 한 번 막차(#198)를 타고 온 적이 있다.# San Jose Diridon에 도착했더니 1:38이었다. Uber로 안전하게, 그리고 안 걸리게 귀가했다. 또 토요일에는 첫차(#421)의 전 구간(San Jose Diridon - San Francisco)을 이용했다.
역시 집어 놨던 시간표 브로슈어를 파일로 구했다. 이번에는 Caltrain 홈페이지의 PDF 버전 시간표 제공하는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찾는지 몰라서 구글에서 인쇄물 일련번호 검색을 통해 바로 주소를 찾았는데, 찾고 보니 이제 어디에 있는지 보인다. [PDF]#
VTA Light Rail이 Santa Clara 지역의 트램이라면 Muni Metro는 San Francisco 지역의 트램이다. 다른 점은 고상홈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전 구간 단일 운임 $2.75이다. 노선도를 공식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었지만,# 역시나 역의 전체 이름이 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역이 나와 있는 것도 아니다. [PDF]#
Pier 1에 가서 멋진 야경을 본 날, 돌아가는 길에 Folsom & The Embarcadero - 2nd & King 구간을 이용했다. 급히 동전으로 돈을 내느라 좀 헷갈렸다. 타서 가는 동안 맥주를 마시고 돌아가기로 결정하여 매우 짧은 구간만 이용했다. 어느 Line이었는지조차도 모르겠다.
이후 21st Amendment Brewery & Restaurant에 갔다. 여기는 굉장히 특이하게도 메뉴판에 있는 가격이 세금 포함이면서 n달러 단위로 딱 떨어졌다. 맛있는 맥주를 마시고 Caltrain 막차(#198)를 타고 돌아갔다.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곤돌라 형태의 케이블카가 아닌, 땅 밑의 케이블을 열차가 집어서 동력을 전달받는 트램 형태의 케이블카이다. 전 구간 단일 운임 $7이다. 운송수단으로는 비싸다고 보지만 관광 목적으로는 괜찮았다. Powell & Market - Hyde & Beach 구간, 즉 Powell-Hyde Line의 전체를 탔다. 심지어 소수의 사람만 탑승할 수 있는 바깥쪽의 서서 가는 구역을 확보하여 좋은 사진과 동영상이 많이 나왔다.
Powell & Market 역에서 출발하는 것을 기다리는 줄이 굉장히 길다. 그런데 Powell-Hyde Line과 Powell-Mason Line이 모두 이 역에서 회차하고 출발하므로 위에 적혀 있는 Line 이름을 잘 보아야겠다. Powell & Market 역에서는 전차대로 회차하는데 이 전차대는 사람이 밀어서 돌린다. 이것도 매우 큰 볼거리다. Hyde & Beach 역에서는 조금 틀어서 더 진행한 인상선에서 회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Hyde & Beach 역에서 내렸기에 원래 가고자 했던 Lombard Street를 지나쳤다. 한참 언덕을 내려와서 내린 것이라 다시 올라가야 했다. Lombard Street를 내려가서 북쪽으로 틀고 Pier 39로 향했다.
단체로 시내를 갔을 때나 자유롭게 돌아다닐 때 자주 봤던 트램이다. 옛날 느낌이 물씬 난다. Line E는 Muni Metro와 일부 구간을 공용하는 것 같다.
Pier 39로 가는 길에 많이 보여서 타 보고 싶었지만, 경로도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못 탔다.
돌아가는 길, 공항에서 자유시간이 주어졌기에 처음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꿈꿔왔던 AirTrain을 타 보았다. 공항 내부 이동수단인 만큼 별도의 운임은 없다. Red Line은 내부에서만 돌고 Blue Line은 밖의 Rental Car Center 역까지 간다. Rental Car Center 역에서는 오리카에시 형태로 회차한다. 돌아오면서 사이에 있는 차량기지의 모습과 출발하는 BART의 모습을 구경했다. Blue Line이 밖으로 나가는 부분에 삼각선(?)도 존재한다.
BART는 한국의 장항선 전동열차, 광역전철 정도의 포지션으로 보인다. AirTrain의 Garage G/BART 역에서 내리면 BART로 환승할 수 있다. 옛날에 런던에서 Oyster 카드를 샀듯이 여기서도 BART 카드를 샀다. 돈을 거의 다 맞춰서 썼기에 동전을 열심히 털어서 기계를 통해 샀다. 노선은 4개인데 겹치는 구간이 꽤 많다. 운임표와 시간표가 있는 브로슈어를 집었는데, 옆에 한국어로 된 주의 사항 브로슈어도 있어서 신기했다. 인터넷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PDF]#
자유 시간의 한계상 열차를 한 번이라도 탔다가는 국제 미아가 될 것 같았고, BART 역으로 들어가서 모습이라도 한번 보고 싶었지만, Excursion Fare $5.90가 존재하여 돈이 애매했다. 제일 가까운 구간의 운임이 $2이니 Excursion Fare가 상당히 비싸다. 개통 초기의 그야말로 '소풍' 수요에 대한 인건비 충당 등의 차원인 것 같다. 다만 글을 쓰는 이 시점에서 찾아보니 요즘은 열차를 이용하지 않고 단지 역 내부에서만 둘러보는 경우 직원에게 말하면 그냥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들어갔다면 열차 하나 정도는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