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좁다. 왜냐고? 좁다고 느낄 일만 기억하니까.
분당선 마지막에서 세 번째 열차를 타고 미금역에서 내려서 15번을 탔다. 맨 뒤 좌석으로 걸어가는데 중간에 무엇인가 익숙한 얼굴을 봤다. 직감적으로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권 씨라고 추측했지만 확실하지는 않았다. 맨 뒤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커플이라는 것, 머리를 염색했다는 것.
페이스북 친구이므로 염색한 색 정도는 찾을 수 있다. 비슷하다. 그렇지만 더 뒤에 앉았기에 얼굴은 볼 수 없다. 이제 앞의 스마트폰 화면이 보인다. 럽스타그램이 있다. 아이디는 잘 안 보이지만 여자의 아이디 가운데에 언더스코어가 두 개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한참 동안 로그인 안 했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본다. 페이스북과 계정이 연동되어 있으므로 내가 추측한 사람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pit_a_pat…. 언더스코어가 두 개다. 찾았다.
언급했듯이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다. 아니다, 아마도 나만 일방적으로 친구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이런 몰골로 맨 뒷자리에서 폰질만 해대고 있는데, 앞에서는 인스타그램에서 300일을 자축하고 있다. 날짜도 날짜이고 버스를 같이 타고 가고 있는 것을 보니 다양한 상상을 해 본다.
이전에도 카페에서 마주친 것으로 강력하게 추측되는 때가 있었다. 오늘만큼의 확실함은 아니지만, 하여튼 그랬다. 중학교 졸업하고 나서 어쩌면 가장 많이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기는 하겠지만, 어차피 나와 거리를 둔 사람이고 더 말을 할 사이도 아니기에 그냥 나를 몰라봤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프로듀스101 시즌2에 나오고 동천역에 생일 축하 광고가 달리는 초등학교 친구 윤 씨도 있듯이, 같은 곳에 있던 사람이 이렇게 많이 달라졌다. 사람 사는 것이 다양하고 다 각자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오늘은 매우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