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쯤 잠에서 깼다. 깨는 일 자체는 가끔 있는 일이지만 오늘은 조금 상황이 달랐다.
고통이 느껴졌다. 5/1#, 5/3에도 느꼈던 그 고통이었다. 다시 잠들면 되겠지 했지만 불가능했고 아픔은 점점 커져 왔다.
그날의 반복이었다. 누워도 엎드려도 해결이 안 되었고 역시 고통에 데굴데굴 굴렀다. 비명이 절로 나왔다. 역시나 구토감이 생겼는데 문제는 먹은 게 없어서 나올 것도 없었다. 헛구역질만 엄청나게 했다.
좋든 싫든 병원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늘은 1시에 동아리 스터디를 제외하고는 3시 반에 수업이 시작한다는 점이었다. 수업 빠지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기에 최대한 빨리 병원을 들렀다가 학교에 가기로 결정했다.
이제 문제는 어느 병원에 언제 가느냐였다. 일반 병원이 시작하는 9시쯤까지 일단 버텨보기로 했다.
그 어떤 자세를 취해봐도 고통은 멈추지 않았고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뭔가 조치가 있어야 했다.
어머니께서 급히 반차를 쓰실 각오를 하고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데려다주셨다. 다만 아침 출근 시간대라 차가 좀 막혔다. 가는 도중 차에서 아픔이 점점 가라앉고 있기도 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8시 50분쯤 되었다.
대학병원 특성상 여기서 새로 접수를 하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응급실로 향했다. 고통이 있기는 했지만, 따로 부축이 필요한 상태도 아니었기에 들어가면서 응급실에 본인이 접수하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응급실에 있으면 다양한 사람을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생각도 함께 하게 된다. 그렇게 우선순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본인 접수 대기열을 기다리다 보니 통증도 많이 줄어들었다.
문진에서 통증 부위와 통증 정도(VAS Score?)를 얘기하고 혈뇨 여부 등을 물어보았다. 되짚어 보니 혈뇨였던 것 같았다. 나처럼 오는 게 한두 명이 아닐 테니 확실히 문진에서 정형화된 프로세스가 있고 대부분 거기에 걸리는 것 같아 신기했다.
곧 피검사를 하며 링거가 강제로 꽂혔다. 딱히 필요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여러모로 피곤했을 테니 좋은 게 좋은 거다. 어차피 건강보험이랑 실손의료보험 있으니 별생각 안 했다. 이후 그 상태로 매우 거추장스럽게 소변 검사를 하고 CT 촬영까지 했다.
의사가 간단히 브리핑해준 내용으로는 요로결석이 의심된다고 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혈뇨 증상과 함께 검색해보니 요로결석 관련 결과들이 많이 보였다. 아뿔싸! 분명 예전 언젠가 읽었던 내용인데 그동안 담으로만 생각했고 순환계통 문제일 것이라고는 조금의 의심도 못 했다. 한 시간 정도 후 임상적 추정이 완료되었고 항목은 요관의 결석(ICD N20.1#)이었다. 보험 문제 등으로 진단서를 뗐는데 이거 추가로 만원이나 한다. 전체 비용은 20만 원쯤 했다.
4mm 정도의 돌이 있었기에 하루라도 빨리 회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수요일(5/15) 오후로 시간이 정해졌다. 그날이 학교 졸업앨범 촬영일이어서 가볼까 했지만 당장 고통 때문에 죽을 뻔했는데 어쩔 수가 없었다.
링거를 빼는데 이거 좀 살 밑에서 나오는 느낌이라 이상하다. 하여간 집으로 돌아와서 버거킹을 먹고 정상 시간에 등교해서 수업 잘 들었다.
이후 비용과 보험처리에 대한 내용은 별도의 글#에서 다룬다.